레미가 급하게 입원하자 그의 전 부인인 루이즈는 그들의 아들인 세바스티안을 몬트리올 집으로 부른다. 세바스티안과 레미는 여러 해 동안 말도 하지 않고 지내던 사이였으나, 세바스티안은 레미를 기다리고 있는 피할 수 없는 호된 시련을 완화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죽어가는 아버지의 침대 옆으로 아들은 학식있는 친척들, 친구들, 전 애인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다. 한때 레미는 이들과 함께 미국제국의 몰락을 꾀했었다. 세바스티안은 이 재치 넘치는 집단의 정치적 불손함이 오늘날의 "야만적인 침략"의 시대에서도 유지될 수있고, 그것을 통해 죽음을 향해 떠나는 아버지의 여정이 조금이나마 밝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다.
런던의 금융사에서 일하고 있는 세바스찬은 어머니 루이스의 전화를 받고 급히 캐나다행 비행기에 오른다. 아버지 레미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소식에 어머니의 청을 뿌리칠 수는 없어 약혼녀 가엘과 함께 고국으로 향한다. 세바스찬은 아버지와 오랫동안 소원한 관계에 있었고, 부모인 레미와 루이스는 이미 15년 전에 이혼한 사이다. 세바스찬은 평생 가족을 등한시하며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원망이 아직도 남아 있지만 그의 마지막 나날을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세바스찬은 퀘벡의 열악한 의료 환경에 경악하며 미국의 병원에서 치료받길 권하지만 레미는 그곳을 떠날 생각이 없다. 그때부터 아버지를 위해 편안한 방을 마련하고 친구들을 찾아주기 위한 세바스찬의 온갖 노력이 시작된다. 병원 노조에 뇌물을 건네 아늑한 병실을 새로 만들다시피하고 아버지의 옛 친구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레미의 통증완화제로 쓸 헤로인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닌다.
드디어 레미의 옛 친구들이 속속 모여들자 병실은 마치 파티라도 벌인 듯 손님들로 북적대기 시작한다. 젊은 시절 그들은 레미와 함께 사회주의 운동에 투신했던 동지들이었고 전 애인들이었다. 안부인사와 농담이 오가고 포도주와 만찬이 함께하는 즐거운 자리가 연일 이어지지만 레미의 병세는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사이 레미와 세바스찬 사이에는 어느새 따뜻한 온기가 생겨난다.
어느 날 레미는 헤로인을 놓아주던 나탈리가 나타나지 않아 극심한 통증을 겪고 난 뒤 병원을 나와 호숫가 별장으로 옮겨가기로 한다. 그곳에서 레미는 친구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투쟁했던 젊은 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생을 마감한다.
〈야만적 침략〉은 동시대를 무대로 하고 있지만 사회정치적으로는 1960년대 캐나다의 진보운동을 주요한 배경으로 삼고 있다. 주인공인 레미와 그의 동료들의 젊은 시절인 1960년대는 퀘벡을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던 시기이다. 퀘벡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줄곧 살았던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은 당대 퀘벡의 사회정치적인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이는 퀘벡 감독으로 불리는 드니 아르캉의 사회정치적 배경이기도 하다.
감독
드니 아르캉은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을 주 근거지로 불어권 영화를 찍는 대표적인 캐나다 감독이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예수교 학교에서 교육받았지만 가톨릭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을 드러낸 〈몬트리올 예수〉(1989)를 만들기도 했다. 몬트리올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으며 재학 시절 단편영화 작업을 시작하였다. 대학 졸업 뒤 역사와 정치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작업했던 경력이 그의 극영화 작업에도 영향을 주었다. 퀘벡의 분리주의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고 이 소재는 이후 〈야만적 침략〉의 등장인물들의 정치적 배경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영화계 경력은 시나리오작가로 시작하여 TV시리즈와 영화 작업을 오갔다. 그의 첫 성공작은 〈미제국의 몰락〉(1986)이다. 8명의 남녀 청년 지식인들의 성과 사랑, 신념을 다루어 캐나다영화 사상 가장 높은 수익을 거두고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하여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이 영화에서 소개된 인물들은 17년 뒤 〈야만적 침략〉에서 중년 세대로 재등장하여 그들의 아들 세대와 갈등을 빚는다.
이후 몬트리올 극단 배우들의 이중적인 삶을 풍자적으로 다룬 〈몬트리올 예수〉로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굳건히 했다. 드니 아르캉은 청년들의 도착적인 성을 다룬 그의 첫 영어 작품 〈가면 속의 정사〉(Love & Human Remains, 1993)를 완성한 뒤 7년 만에 캐나다와 프랑스의 합작으로 〈야만적 침략〉을 발표하였다.
〈야만적 침략〉에서 그는 자신의 정치적 역사적 관심을 투영하여 전작 〈미제국의 몰락〉에서 다룬 이야기를 동시대에 맞추어 더 확장, 심화시켰다. 이 영화는 그해 칸영화제에서 각본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다음해 캐나다영화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영화제 외국어영화상과 프랑스 세자르영화제 3개 부문상을 수상하여 국제적인 평단의 호응을 얻었다. 또한 2004년 토론토영화제가 선정한 ‘캐나다영화 베스트10’ 중 3편이 드니 아르캉의 영화이다. 그는 2007년 〈무지의 시대〉로 〈미제국의 몰락〉과 〈야만적 침략〉에 이은 퀘벡 3부작을 완결지었다.
수상내역
2004
7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외국어영화상)
29회 세자르영화제(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2회 방콕국제영화제(주요경쟁부문-골든 키나르상)
9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외국어 영화상)
2003
28회 토론토국제영화제(토론토시티상)
56회 칸영화제(각본상, 여우주연상)
16회 유럽영화상(유럽영화아카데미 비유럽영화상)
